[오산포커스]오나리 야학

내용

오산포커스- 오나리 야학

“오나리 야학은 배움에 목마른 누구나
문을 두드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입니다.”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제 생애 가장 기쁜 날이었어요.
이게 꿈인가, 꿈을 이루었구나 하고....”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올해 대학 졸업반인데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15년째 꺼지지 않는 ‘등불’
지역 공무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오나리 야학’

openning. 이혜련(진행)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하죠. 지역 공무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야학을 통해 만학의 기쁨을 얻고, 또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바로 오나리 야학의 주민들인데요. 오늘 그 주인공들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자기소개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이혜련
이송자님이 여기서 제일 막내, 박창례님이 올해 84세에요. 세 분은 어떻게 이렇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셨어요?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8.15 해방 때 1학년을 다녔어요. 6.25도 겪고 피란도 가면서 공부할 시기를 놓치고 결혼을 하게 됐죠. 어느 날, 딸하고 같이 강원도 여행을 가는데, 남편이 운전을 하다가 무슨 말끝에, “초등학교도 못 나왔으면서!” 이러는데, 평소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죠. 그땐 딸이 성장한 때라 집에 와서는 “엄마 내가 도와줄게. 지금부터 시작해. 안 늦었어.” 하더라고요. 그렇게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게 됐어요. 그런데 또 욕심이 나서 중학교를 가고 싶더라고요. 그때 ‘오나리 야학’ 교장 선생님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셔서, 2018년에 졸업을 하게 됐어요. 제 생애 가장 기쁜 날이었죠.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저는 엄마가 여섯 살에 돌아가셨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객지로 나오게 됐죠. (방문판매) 화장품을 팔다 보니까...화장품이 다 영어 발음이잖아요. 그래서 어렵더라고요. 안티에이징을 말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아시는 분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냐 했더니, (방문)학습지를 해봐라, 이런 조언을 하더라고요. 선생님한테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영어 대문자, 소문자부터 다 알려주세요. 하고 하다 보니까 공부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나도 공부를 한 번 해볼까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오나리 야학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중학교를 못 들어갔어요. 입학비를 못 내서.... 그래서 집에서 피는 나무 하러 다니고, 신문팔이 다니고.... 이제 집사람을 만나서 애들 낳고 키우다 보니까 또 기회를 놓치고. 그러던 중에 집에서 우연히 지역 신문을 읽는데, 오나리 야학을 졸업하신 분 인터뷰가 나왔더라고요. ‘나도 이제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오나리 야학은 또 돈이 전혀 안 든다고 해요. 시간만 할애하면 된다고 해서 학교를 찾아갔죠. 용기가 나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앞에서 머뭇거리는데, 어쩌다 교장 선생님하고 눈이 마주쳤어요. 선생님이 괜찮다면서 들어오라고 해서 첫 수업을 들었는데, 가보니까 남자는 저 하나예요. 그래서 그날 책도 없이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왔는데 교장 선생님이 꼭 나오라고 재차 말씀하셔서 야학에 나가게 됐죠.

이혜련 오나리 야학을 통해서 많은 분이 검정고시도 합격하시고 대학까지도 진학한다고 들었어요. 오나리 야학은 어떤 곳인가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오나리 야학은 형편상 공부를 하지 못한 분들 누구든지, 문을 두드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혜련 오산시 공무원들이 야학교사로 활동하고 있죠?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네. 다섯 과목이 있는데 시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15년이란 세월 동안 매주 돌아가면서 과목을 가르치시거든요. 보통 정성이 아니죠.

이혜련 뒤늦게 공부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일단 시간 내는 게 쉽지 않았고요. 둘째는, 초등학교만 나오다 보니까 제일 어려웠던 게 영어랑 수학이었어요. 저는 그래도 국어랑 국사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 엄청 어려운 게 국어더라고요. 굉장히 어려웠어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저도 항상 돌아다니다가 저녁때가 되면 공부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누구나 그러겠지만 가장 어려운 게 영어랑 수학. 나중에는 인수분해도 깨우치고, 단어로만 알던 영어도 시험 볼 때가 되니까 문장이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로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만족감을 느꼈어요.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저는 중학교 검정고시를 많이 떨어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교장 선생님이 포기할 거냐고 그러시더라고요. “난 떨어져도 좋으니까 포기는 안 한다, 계속 도전하겠다.” 해서 여기까지 온 거죠. 교장 선생님이 많이 신경 써 주시고, 또 딸이 뒤에서 많이 가르쳐주고 했어요.

이혜련 야학을 하면서 가족이나 주변의 어떤 격려가 가장 힘이 나셨어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 나이에 공부가 머리에 들어와? 책을 읽으면 그게 이해가 돼?” 이러더라고요. 일단 공부하는 시간 만큼은 제일 행복했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저는 오나리 야학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을 주변에 말하지 못했어요. 지금 공부하는 데 제일 힘이 되어 주었던 건 저희 집사람이에요. 제가 조그만 음식점을 하는데 공부하는 그 시간이면 상당히 바쁜 시간이거든요. 집사람이랑 저랑 둘이 일해서 그 시간을 빼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집사람이 그걸 다 감수해가면서 당신은 공부하라고... 그것이 제게 가장 힘이 됐죠.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우리 딸이 가장 많이 응원해줬고요. 수학을 가르쳐 주면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얼른 못 알아듣잖아요. 그럼 툭툭 때려요. 몇 번짼데 이렇게 못하냐고. 입력이 잘되라고 그러겠지만 그때는 굉장히 서운했어요. 그래서 너한텐 안 배운다고 집으로 와 버렸어요. 그러다 또 아쉬우면 가서 물어보고. 제가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내가 못 배워서 딸한테 이렇게 수모를 당하나 하고.

이혜련 검정고시에 합격하셨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저는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고 나서 내가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어요. 대학에서도 배워봐야 할 텐데 하고 망설이다가 누가 방송통신대학교를 이야기하길래 원서를 내 봤어요. 그런데 총장 이름으로 합격증이 왔더라고요. 너무 감격스럽고 좋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저는 고등학교 검정고시지만 합격증을 받고서는 손자, 손녀한테 “할머니 고등학교 졸업했어!” 이랬더니, 손주들이 “할머니 축하해요!” 그러더라고요.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너무 기뻤어요. 이게 꿈인가, 꿈을 이루었구나 하고. 나는 내 생에 안 될 줄 알았는데 ----제 인생에 너무 기쁜 날이었어요.

이혜련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김해식(오나리 야학 2015년 졸업)
올해 대학 졸업반인데 공부를 해보니까 뭔가를 더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다른 학과를 지원해서, 공부를 더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습니다. 지금 제 나이에 배워서 뭘 써먹자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못 배웠던 한이 풀어지다 보니까 이제 배움에 눈이 틔어서 더 배우고 싶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저는 오늘 대학 졸업식이에요. 아이들하고 사진 찍고 그러려고 하거든요.

이혜련 앞으로도 계속 공부를 하실 생각이신 거예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해야겠죠? 도전하겠습니다.

박창례(오나리 야학 2018년 졸업)
저도 계속 하고 싶어요. 대학 진학을 꿈꿨는데 제가 나이가 있어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혜련 당연히 가능하시죠.

이혜련 마지막으로 야학이나 또 어떤 곳에 꿈이 있는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이송자(오나리 야학 2017년 졸업)
오나리 야학은 형편상 어려워서 못 배웠든 누구나 다 오나리 야학의 문을 두드리면 내 안의 숨겨진 꿈들을 하나, 하나 펼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혜련 네. 세 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누구에게나 못 다 이룬 꿈, 또 새로 도전하고 싶은 일들이 있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요. 새로운 도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공부를 하면서 선생님들께 늘 감사한 부분이 그 시간이면 선생님들이 퇴근하셔서 귀여운 아이들, 사모님하고 오순도순 좋은 시간을 보내실 시간이잖아요. 저희 오나리 야학 학생들 때문에 그것들을 다 저버리시고, 저녁도 거르시면서, 성의를 다해 가르쳐 주시고.... 휴일도 반납해 가면서 모자란 보충 수업을 해주시는 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공부를 했어요. 앞으로도 우리 같이 못 배운 사람들, 배움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시면 고맙겠고요. 선생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