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 오늘...우리는 배우입니다

내용

서울살이 몇 핸가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언제 어디서 왜 여기 왔는지 기억하나요.

지난 2일과 9일, 오산문화예술회관과 소리울도서관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빨래’.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때론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서울 달동네 사람들의 삶을 노래했습니다.

자막: 오산문화재단 ‘라무르 앙상블’, 뮤지컬 ‘빨래’ 공연
수준급의 노래와 춤, 연기로 2시간을 꽉 메운 배우들은 현역 배우가 아닌 지역 주민들.

자막: 학생부터 직장인까지...오산시민 ‘뮤지컬 배우’로 활약
뮤지컬 작품 속 인물들처럼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오산문화재단의 라무르 앙상블 단원으로 만났습니다.

이숙영(오산문화재단 예술진흥팀)
뮤지컬 메인 노래가 ‘서울살이’라는 노래예요.
여기 계신 분들이 거의 오산이 고향이 아닌 분들이 많거든요. ‘오산살이’의 애환을 그 노래를 부르면서 (풀어내시고) 서로 힘과 위안을 얻으시고, (수업이)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인데 11시까지 수업하는 날도 굉장히 많았고, 작품 발표회를 앞두고는 거의 12시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자막: 매주 금요일 저녁...8개월 동안 뮤지컬 연습
매주 금요일 저녁,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배우가 되는 시간.

퇴근 후 식사를 할 겨를도 없이 연습실에 들어서지만, 단원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는 한 주 동안의 피곤함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유쾌하기 그지없습니다.

한기호(뮤지컬 ‘빨래’ 구씨 역)
집에서 연습하는지 실력이 매일 매일 늘어 와서 계속 웃음이 나오네요.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날들 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열정도 피어납니다.

안묘순(뮤지컬 ‘빨래’ 주인할매 역)
‘내 딸들아’ 노래를 하면서 한 열 번은 넘게 운 것 같아요. 할 때마다 감정 이입이 되고, 제 가슴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맡은 역할을 하면서 많이 쏟아낸 것 같아요. 토해내듯 하고 싶었고...

20년 만에 드디어 꿈을 이룬 동갑내기 배우들도 서로에게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김미선(뮤지컬 ‘빨래’ 희정엄마 역)
배우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무대에 서서 뮤지컬 배우가 되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꿈만 꾸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 꿈을 이루게 돼서 너무 가슴 벅차고 감동적이에요. 정말 행복했어요.

김성한(뮤지컬 ‘빨래’ 솔롱고 역)
이 친구는 가수가 꿈이었고 저는 배우가 꿈이었는데 저도 똑같아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셔서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45세가 되어서야, 배우의 꿈을 이룬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스물다섯 살 몽골 청년 솔롱고로 살 수 있었던 이번 기회는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자 영광이었습니다.

축하해.
고마워. 나도 너무너무 행복해.

뮤지컬 ‘빨래’의 노래 가사처럼 때론 얼룩지고 주름진 우리 인생.

무대에서 내려오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라무르 앙상블 단원들에게 뮤지컬은 인생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흠뻑 젖은 오늘을 말리는 빨래와도 같은 존재인지 모릅니다.

<뮤지컬 ‘빨래’ 엔딩 장면>